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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혼하고 싶은 날

딸에게는 미안하지만 크리스마스이브 아침 

나는 엄청 이혼하고 싶었다

며칠째 손목에 붕대 두르고 있는데 

본둥만둥 송년회에 미쳐다니는 인간 보기가 괴롭다

마음이 괴로울 때마다 손목은 더 아프다

애때문에 사는 건 아니라고 나도 젊었을 때는 소신이 있었는데

애한테 잘해주는거로 참자고 매일을 버틴다

내자식한테 가장 잘해주는 남자니까 참는거다

이세상에 내자식한테 가장 잘해주는 남자라고 알고 있으니까 참는거다

맘 같아서 손목 붕대 풀어서 목이라도 조르고 싶다

다른집 여자들은 재테크도 잘하는데 우리집 곰은 겨울잠만 자느냐고 어쩌구저쩌구할 때는 정말 주둥이 쳐주고 싶다

누구 때문에 십년 째 빌라전세살이하고 있는데

주둥이를 나불거리는 걸까...  정말 꼬매버리고 싶다 그 주둥이

내 애한테 가장 잘해줄 수 있는 유일한 남자니까 참는다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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